# 1. 부제: He's not that into you. ... li st en

- 그렇게 된지 1년이 넘은거 같아... 나, 병신같지..ㅎㅎ


지은이의 웃음에 뒷골이 서늘했다.


2주전, 4년 넘게 사귀어온 그 둘이 또.다.시 헤어졌다는 말을 들었을 땐,

'너가 좀더 사근하게 대하지 그랬어'라고 대수롭지 않은 조언을 했었더랬다.

지난 4년간 헤어졌다는 말에 불려가 술을 마셔주기를 여러번, 그리고 며칠이 지난후,

그 [놈]이 미안하다고 연락이 왔다며 나에게 미안해하곤 했던 기억 때문이었을 것이다.

그런데

1년이라니.

그 [놈]이 지은의 생일을 축하하고, 지은과 크리스마스를 보내고,

지은과 여행을 가고, 지은과 밤을 보냈던 2009년 동안,

봉천동 지하 원룸 사는 어떤 [女]의

생일을 축하하고, 크리스마스 이브를 보내고, 여행을 보내고, 지은과 다른 날에 밤을 보냈단다.



...이런 쳐죽일.


아닌척 순하게 웃는 지은의 눈엔 다시 눈물이 고였다.


[너를 알게 된지 십년, 이제 사랑하는 사람이라 기뻐 우리 영원하자, 너의 곰탱이]

봉천동 女에게 지은에게 항상 보내던 꽃배달 서비스를 동일하게 이용하다가

지은에게 고스란히 노출되버린 다른 여자를 위한 멘트.

역시나 머리나쁜 놈이라 그런지 응용력도 없다.

뒷처리 능력도.

그 글을 몇번이고 읽어봤을 지은의 모습이 선하다.

다시, 뒷골이 서늘하다.

개새끼..


------


이거 무슨 흔해빠진 이야기냐. 하겠지만.

그게 문제다. 흔해빠졌다는거, 하지만 아는 친구의 친구의 언니 와 같이 두세다리 기본 건너가며

이야기 할수 있는, 여성중앙 흑백 페이지 한구석을 시큰둥하게

채울만한 이야기가 이젠 내 손닿는 그녀에게 까지 닿았다는거다.


-...그냥 일이 바쁜 줄알았어.


아니다. 잊지말지어다.

특수하게 트레이닝 되지 않은, 지극히 평범한 남자라면 좋아하는 감정을 숨기는 것이 매우 힘들다.

기억하기. He's not that into you.

긴 연애로 그 만남이 상호동의하에 우정과 같은 사랑으로 변화된 것이 아니라면,

여자들이 본능적으로 외면하고 싶은 그 순간.이 남녀관계에 있어서 임계점이다.

불안할수록, 과감하게 먼저 선언하기.

- 많이 바쁘지? 우리 시간을 갖자.



다시 서로의 소중함을 깨닫게 되던, 혹은 정말 그것이 이별의 계기가 되었던,

서로를 위해 잃을 것 없는 베팅이다.

그리고 무엇보다도 비겁한 본능을 여러 이유를 대며 합리화시키고 있을 그 사람에게

나도 모르는 사이 저울질 당하고 기만당할 일은 없을 것이다.


정말 바빠서 그런거면 어떻하냐고?

한 남자를 4년을 사귀었거나, 혹은 이별을 경험하며 지극히 평범히 커온 서른즈음의 여자는 알고있다.


- 미안해 오늘 못만날 것같아.. 갑자기 친구 어머니가 돌아가셔서...

= 친구? 누구?

- 학교 동창, 내가 말해도 넌 모를껄..



어줍잖은 변명이 먼저 튀어나오는 문자와

일에 허덕이는 남자의 고단한 땀이 한글자 한글자 베어있는 문자는 전혀 다르다는 것을..

여자들이 내 남자가 변했다.라고 느끼는 짐승같은 육감은

남자들이 내 여자로 갖고싶다. 라고 느끼는 짐승같은 육감보다 더 선명하거든.


뭐, 아무튼.

지금은 지은이 모든 사실을 알게 되었다는 사실을 까맣게 모른채

다음주 봉천동 아가씨와 함께 갈 제주도행 비행기를 끊어놓고

꽃바구니와 목걸이를 바쳐가며 헐떡거리고 있는 그 놈이

지난 4년간, 지극히 평범하게 데이트하고 웃고 싸우고 떠들고 사랑했던 그 놈이라는 사실을.

아직도 지은은 못받아들이고 있다.


-  미련? 아니..속여온 나의 시간에 대해 진심으로 사죄했으면 좋겠어. 그게 다야.


하지만 헤어지기 3주전, 갑작스러운 명품백 (그놈 수입에 어울리지 않는)  선물과

헤어지자는 문자에 수도 없이 찍혀있는 내가더 미안하다는 그 놈의 더러운 위선을 미뤄볼때,

절대 그 놈은 지은 앞에 나타나지 않을 것이다.

이미 자신은 죄값을 다치르고, 헤어졌다고 생각했을테니까..

지은에겐 미안하지만, 잊으라고 했다.



하지만 모르겠다. 저렇게 몇날 며칠을, 몇주를 바삭하게 말라가며 눈물만 흘리는 저 아이에게

차라리 헤어진게 잘됐다는(진부한 위로) 말을 하며- 잊으라는 것이 옳은 것인지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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덧글

  • kitty♥ 2010/02/07 01:27 #

    남의 얘기 같지가 않네요. 맞아요. 그 외면하고 싶은 순간이 올 때, 그 때가 임계점이죠.. 친구분한테는 잊으라고 하고 재미있게 놀아주시는게 젤 나을듯.. 에효...
  • breeze 2010/02/07 20:39 #

    재밌게 놀아주다가도 퍼뜩 걱정이 되더라구요. 이녀석 억지로 웃느라 속 곪아터지는거 같아서... 따뜻한 답변 감사해요^^
  • 2010/02/07 01:32 # 비공개

    비공개 덧글입니다.
  • breeze 2010/02/07 20:43 #

    저도 그 꽃배달 서비스를 본것이 잘된건지 어떤건지 알수 없네요.. 그래도 미련이라는거 없이 마무리할 수 있다는 것이 다행이라는게 슬픕니다 좋은 답변 감사감사^^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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